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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 집은 제사를 모시는 집이다. 많지는 않지만 1년에 명절 2번, 그리고 할머니 기일. 딱 3번 제사를 모신다. 어릴 때부터 익숙한 환경이라 제사 지내는 날이면 우리 집이 큰 집이라 어머니가 음식하고 준비하는 걸 옆에서 봐오고 많이 도와왔다. 그렇게 자라오면 당연스럽게 모든 일을 알게 되고 배웠는데 내가 나이가 들면서 만약 내가 결혼을 하면 엄마는 누가 도와주지?라는 생각이 들더라. 엄마는 항상 폐 끼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도움 받는 걸 미안하다고 생각하신다. 그게 문제인거지.. 그래서 이제 본인 나이도 있으신데 버거워지시지 않겠는가...

나에게는 3살 많은 오빠가 있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를 하고 있는 사실상 사실혼 관계인 새언니가 있다. 처음 그 새 언니가 왔을때는 모르니까, 멀리서 온다고 피곤할 테니까 하면서 밥이든 간식이든 다 챙겨줬었다. 또한 엄마도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손님이다라는 개념으로 챙겨주셨었다. 근데 그게 한해 한해 지나면서 결혼식을 할 생각이 없고 동거녀로만 지내고 있는 오빠도 신기하고 매년 명절 1번 오는데 이 집안의 일을 도울 생각이 없는 새언니를 보면 약간 화가 나기도 한다.

우리집은 부산이고 오빠네는 경기도에서 살고 있다. 알고 있다. 먼 거리라는 것을.. 그런데 이제 4년 이상 되었으면 이 집 손님이 아닌 며느리 개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. 결혼만 안 했다 뿐이지 계속 양가에 방문하고 동거하고 있으니 말이다. 어떤 사람들은 내가 시누이 짓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늘 내가 바라본 상황은 조금 화가 났다. 나와 엄마는 부엌에서 아침, 점심을 차리는데 거실에 앉아서 우리 집 강아지들과 놀고 있는 게.. 아직 손님인 줄 아나보다 싶기도 하더라.. 엄마도 나이가 드시는데 언제까지 오빠의 어리광을 들어줄 수는 없는 거 아닌가... 알아서 보고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곧장 와서 도와주고 뭐 도와줄까요? 요리한다고 고생하셨네요 라는 말 정돈 할 수 있는 거 아닌가.. 하지만 이건 대접받으려고 본가 내려온 것도 아니고 답답할 노릇이다. 새언니도 이 정도 집에 왔었다면 이젠 손님이 아닌 가족이 되었다고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. 내가 문제 있는 시누이인가.. 내가 생각하는 게 너무 올드한 마인드인가.. 아직 우리 집은 아빠의 완강한 고집으로 제사를 지내고 있는데 그걸 그들이 거부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.. 또한 오빠가 장남인데 왜 내가 여기서 장녀노릇을 하면서 다해야 하는 지도 이해가 되지도 않고 말이다.

내가 지금 결혼이 늦어져서 이러고 있지 일찍 갔으면 명절에 엄마혼자 독박일텐데 이게 무슨 상황이냐는 말이다. 명절 때마다 오빠가 안 와도 서운해하시고 와도 서운해하는 엄마는 혹여라도 많이 못 보는 아들이랑 틀어질까 싫은 말은 못 하는 게 내가 답답하더라.. 그렇다고 내가 새언니한테 따로 문자를 보내면 오빠가 나에게 난리 일게 눈에 훤하니 말이다..

명절이 이게 무슨 스트레스 인지..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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